자폐 진단을 지금 받아야 하나? 그 전에 집에서 먼저 할 수 있는 것들이 있을까요?

자폐 진단을 지금 받아야 하나? 그 전에 집에서 먼저 할 수 있는 것들이 있을까요?

Min Jung Kwon

 

아이의 눈맞춤이 적거나, 이름을 불러도 잘 돌아보지 않거나, 또래보다 의사소통이 늦어 보일 때 부모님은 많은 걱정을 하게 됩니다.

특히 아직 진단을 받기 전이라면..

“조금 더 기다려봐야 할까?”,

“검사를 먼저 받아야 하나?”,

“지금 집에서 해줄 수 있는 게 있을까?”라는 고민이 커질 수 있습니다.

최근 발표된 한 체계적 문헌고찰이 이 질문에 중요한 방향을 제시합니다. 이 연구는 자폐 가능성이 있거나 초기 자폐 관련 신호를 보이는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부모매개 조기중재 연구들을 검토했는데요.

여기서 부모매개 조기중재란 치료사가 아이에게 직접 중재를 제공하는 방식이 아니라, 부모가 일상 속에서 아이와 상호작용하는 방법을 배우고 실천하도록 돕는 접근입니다.

이 연구가 특히 중요한 이유는 대상 아동의 평균 연령이 18개월 이하였다는 점입니다.

즉, 이미 진단이 확정된 후가 아니라, 아주 어린 시기부터 부모가 아이의 발달을 지원할 수 있는 가능성을 살펴본 것입니다.

 

왜 ‘진단 전’ 조기지원이 중요할까요?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사회적 의사소통의 어려움, 반복적 행동, 제한된 관심, 감각 반응의 차이 등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특징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생후 첫해부터 아주 미묘한 형태로 관찰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부모님이 다음과 같은 부분을 먼저 알아차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  아이가 이름을 불러도 반응이 적습니다.
- 사람보다 물건이나 특정 움직임에 더 오래 집중합니다.
- 소리, 촉감, 변화에 예민하게 반응합니다.
- 옹알이, 제스처, 눈맞춤, 손가락으로 가리키기 같은 초기 의사소통 행동이 또래보다 적습니다.
- 부모와 주고받는 놀이가 짧거나, 아이가 혼자 반복적으로 노는 시간이 많습니다.

물론 이런 모습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자폐라는 뜻은 아닙니다. 아이마다 발달 속도는 다르고, 일시적인 차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부모가 걱정되는 신호를 보았을 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최선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영유아기는 뇌 발달의 가소성이 매우 높은 시기입니다. 아이가 세상을 배우는 가장 중요한 통로는 일상 속 반복되는 상호작용입니다. 밥 먹기, 옷 입기, 목욕하기, 책 보기, 장난감 놀이, 안아주기, 기저귀 갈기 같은 순간들이 모두 발달을 도울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이번 연구는 무엇을 살펴보았나요?

이번 체계적 문헌고찰은 자폐 가능성이 높거나 초기 자폐 신호를 보이는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무작위 대조 연구들을 검토했습니다. 연구에 포함된 중재들은 모두 부모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대표적으로 다음과 같은 접근들이 포함되었습니다.

ART, 즉 Adapted Responsive Teaching은 부모가 아이의 신호를 더 민감하게 읽고, 아이의 주도성을 따라가며, 놀이와 일상 속에서 반응적으로 상호작용하도록 돕는 접근입니다.

iBASIS-VIPP는 부모와 아이의 상호작용 장면을 영상으로 촬영한 뒤, 부모가 아이의 의사소통 스타일을 이해하고 더 효과적으로 반응할 수 있도록 피드백을 제공하는 방식입니다.

Baby JASPER는 공동주의, 상징놀이, 함께 몰입하는 놀이를 중심으로 아이의 사회적 의사소통과 놀이 발달을 지원하는 접근입니다.

PFR, 즉 Promoting First Relationship은 부모가 아이의 사회적·정서적 신호를 더 잘 이해하고 반응하도록 돕는 관계 중심 접근입니다.

ImPACT는 부모가 놀이, 의사소통, 언어 기술을 일상 속에서 직접 가르치고 확장할 수 있도록 훈련하는 접근입니다.

이 중재들의 공통점은 단순히 “아이에게 더 많이 가르치세요”가 아닙니다. 핵심은 부모가 아이의 현재 발달 수준과 신호를 이해하고, 아이가 참여할 수 있는 방식으로 상호작용을 조절하는 것입니다.

 

연구 결과는 무엇을 보여주었나요?

부모매개 조기중재는 일부 연구에서 초기 의사소통, 사회적 참여, 부모-아이 상호작용, 자폐 관련 증상 감소에 긍정적인 효과를 보였습니다.

특히 부모의 반응성이 높아질수록 아이의 사회적 의사소통이나 언어 이해에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보고되었습니다.

하지만 모든 연구에서 동일하게 큰 효과가 나타난 것은 아닙니다. 인지 발달이나 적응행동 전반에서 일관된 큰 변화가 확인된 것은 아니며, 일부 효과는 제한적이거나 단기적이었습니다.

또한 연구마다 아이의 연령, 위험요인, 중재 방식, 부모 코칭 강도, 평가도구가 달라 결과를 단순하게 비교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 연구를 부모님께 소개할 때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이것입니다.

조기중재는 아이를 “빨리 고치는 방법”이 아닙니다.
하지만 부모가 아이의 신호를 더 잘 읽고, 일상 속 상호작용을 더 발달적으로 만들어가는 것은 아이의 의사소통과 사회적 참여를 지원하는 중요한 시작점이 될 수 있습니다.

 

집에서는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요?

가정에서 가장 먼저 시도해볼 수 있는 것은 아이를 억지로 가르치기보다, 아이가 이미 관심을 보이는 것에서 시작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자동차 바퀴를 계속 돌리고 있다면, 바로 “이건 자동차야. 말해봐, 자동차”라고 요구하기보다 먼저 아이의 관심 안으로 들어갑니다.

부모가 옆에서 “빙글빙글”, “차가 간다”, “또 돌렸네”처럼 짧고 반복적인 언어를 붙여줄 수 있습니다. 아이가 부모를 잠깐 쳐다보거나, 손을 멈추거나, 소리를 내면 그 순간을 의사소통의 시작으로 보고 반응해줍니다.

놀이에서는 아이의 주도성을 따라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부모가 정한 방식대로 놀게 하려고 하기보다, 아이가 보고 있는 것, 만지는 것, 반복하는 행동을 관찰합니다. 그리고 그 행동에 부모가 한 단계 더 의미를 붙여줍니다.

아이가 블록을 쌓으면 “위로”, “하나 더”, “높다”라고 말해주고, 아이가 무너뜨리면 “우르르”, “또 할까?”처럼 놀이를 이어갑니다.

의사소통 기회를 만들 때는 너무 어렵게 질문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이게 뭐야?”, “말해봐”, “엄마 봐”가 반복되면 아이는 상호작용을 부담스럽게 느낄 수 있습니다.

대신 아이가 원할 만한 상황을 자연스럽게 만들고, 기다려주는 것이 좋습니다.

간식을 조금만 주고 아이가 더 원할 때 기다리기,

비눗방울을 한 번 불고 멈추기,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다가 잠깐 멈추기처럼

아이가 눈빛, 손짓, 소리, 단어로 반응할 수 있는 순간을 만들어줄 수 있습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완벽한 말이 아니라 의사소통 시도입니다.

아이가 손을 뻗거나, 부모를 쳐다보거나, 소리를 내거나, 그림을 가리키거나, 한 음절을 말해도 부모는 그것을 의미 있는 시도로 받아주어야 합니다. “더 하고 싶구나”, “열어달라고 했구나”, “엄마한테 보여줬네”처럼 아이의 행동에 언어를 붙여주면 됩니다.

 

부모가 피해야 할 점도 있습니다

조기중재가 중요하다고 해서 하루 종일 아이를 훈련시키듯이 대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너무 많은 요구, 반복적인 테스트, 아이의 관심과 맞지 않는 과제는 상호작용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습니다.

특히 어린 아이에게는 “눈 봐”, “말해”, “따라 해” 같은 지시가 너무 자주 반복되면 부모와의 시간이 즐거운 놀이가 아니라 수행해야 하는 과제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또한 부모님이 모든 것을 혼자 책임져야 한다고 느낄 필요도 없습니다.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말은 부모에게 더 큰 죄책감을 주기 위한 말이 아닙니다. 오히려 전문가가 부모님이 이미 하고 있는 좋은 상호작용을 발견하고, 그것을 더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뜻에 가깝습니다.

 

전문가는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1) 전문가는 먼저 아이의 현재 발달 수준과 의사소통 방식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아이가 무엇에 관심을 보이는지, 어떤 상황에서 부모에게 다가오는지, 어떤 방식으로 요구하거나 거부하는지, 감각적으로 어려워하는 부분은 무엇인지 살펴보아야 합니다.

2) 그 다음 부모가 집에서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전략을 함께 정리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좋아하는 장난감, 간식, 노래, 신체놀이를 활용하여 공동주의, 모방, 요청하기, 차례 주고받기, 놀이 확장 등을 연습할 수 있습니다. 이때 전략은 부모가 매일 실천할 수 있을 만큼 현실적이어야 합니다.

3) 전문가를 통해 실제 상호작용 장면을 함께 보고 피드백을 받을 수 있습니다.

부모가 아이의 신호를 잘 읽은 순간, 기다려준 순간, 아이의 시도에 적절히 반응한 순간을 구체적으로 짚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부모가 “내가 무엇을 잘하고 있는지”를 알아야 그 행동을 반복할 수 있습니다.

4) 또한 아이의 반응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습니다.

어떤 아이는 언어적 모델링에 잘 반응하고, 어떤 아이는 감각놀이 안에서 더 잘 참여하며, 어떤 아이는 노래나 움직임을 통해 상호작용이 열립니다. 조기중재는 정해진 프로그램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반응에 따라 계속 조정되어야 합니다.

 

부모님께 드리고 싶은 메시지

아이에게 자폐가 의심되는 신호가 보일 때 부모님은 많이 불안하고 혼란스러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언제나 아이의 발달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점입니다.

아이의 발달이 걱정된다면 “조금 더 기다려보자”와 “지금 당장 모든 것을 해야 한다” 사이에서 혼자 고민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발달 평가, 조기개입 서비스, 언어치료, 행동분석 기반 부모코칭 등 적절한 전문가의 도움을 통해 아이에게 맞는 지원 방향을 함께 찾아갈 수 있습니다.

Everbloom Path 또한 부모님께서 아이의 행동과 발달을 더 잘 이해하고, 집에서 실천 가능한 방법으로 아이의 의사소통과 사회적 참여를 지원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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